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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프로젝트

[프로젝트 스포일러] 3화 - 훈내나는 게이 커플

 프로젝트 스포일러 미리 알아서 재미없어지는 얄미운 스포일러가 아닌 비범한 프로젝트를 즐기기 위한 풍부한 오감을 만들어주는 스포일러! 전시회 및 스토리북에 소개될 10가족들의 인터뷰 및 사진촬영 에피소드를 조금씩, 조금씩 흘려드립니다!

 

[3화] 우리가 만난 게이 커플

 

 

 

3월의 어느 일요일 늦은 3시, 그들을 만나다

 

  그 날은 게이코러스합창단 G-Voice의 1박2일 뮤직캠프, 그 마지막 날이었다. 한 차례의 뒷정리 폭풍이 쓸고 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우리가 만난 게이커플은? 늦게 접한 활동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서른살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게이 커뮤니티를 접하게 된 이후로부터 폭풍 성장을 이루어 현재 친구사이 대표까지 하고 있는 ‘된 게이’ 재경씨와, 고등학교 때부터 자기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것이 전혀 이상하거나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현했다는 ‘난 게이’, 마님이다.

 

‘된 게이’와 ‘난 게이’의 인터뷰 / 인터뷰 선물인 언니네트워크 컵을 들고 찰칵!

 

 

 

  3시간 동안의 인터뷰는 “이런 거 얘기해도 되나?”와 “어머!”, “정말?”, 그리고 뼈 있는 깔깔거림의 연발. 정녕 이 둘의 만남은 운명이었으되 우연이 아니었으니... 게이 커뮤니티를 만나기 전까지의 오랜 암흑기 동안 이 세상에 게이라고 하면 홍석천과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혼자 울며 노래방에서 이소라의 <제발>을 부르며 나중에 이 노래를 잘 부르는 남자를 만나면 사귀어겠다고 다짐했다는 재경씨. 한 발 한 발 게이커뮤니티에 발을 들여놓다가 알게 된 친구사이에서 <제발>을 멋들어지게 부르는 마님을 만나게 되지만! “많이 먹는” 재경씨는 마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먼 가운데... 과연 이들의 운명을 현실로 바꾼 것은? ‘그래서 그 이후로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4월의 어느 목요일 늦은 8시, 북아현동 보금자리를 찾다

 

  촬영 이틀 전 사진 촬영의 중요한 장소가 될, 두 사람이 함께 사는 북아현동 보금자리의 문을 두드렸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자극하는 쑥국의 향긋한 냄새와 여기저기 손때로 묻어나는 시간의 흔적들. 그리고 방문에 질서정연하게 붙여있는 저 분홍색 별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하는데... 공중파 방송 다큐에서는 “야해서”(?) 다룰 수 없었다고 하는 바로 그 사연, 스토리북에서 공개합니다!

 

현관문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브로크백마운틴 포스터 / 재경씨의 손님 맞이 /

‘사연 있는’ 별무리 / 마님이 정갈하게 다듬어놓으신 쑥 (시계 방향 순)

 

 

 

 

그리고 4월의 어느 토요일, 그들의 하루를 찍다

 

  재경씨와 마님에게 있어서 서로를 만나고 지금까지 쌓아온 7년에 가까운 시간은, 둘 다 게이로 살아가는 시간을 계속해서 늘려오고 그 시간의 내용을 만들어온 시간들이었다. “밤에 만나는 친구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게이라고 하는 정체성을 자신의 삶의 한 부분으로 껴안으며 24시간을 게이로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따라가보았다.

 

커밍아웃 이후 왕언니를 맡고 있다는 재경씨 / 훈내나는 두 게이(?)커플 / 무릎이 닿기도 전에 찍는다는 무릎관 작가들

 

 

 

미반사와 자조명 / 집에서 다같이 단체컷 / 출동! 북아현동 부녀회

 

 

 

  사람들은 흔히 결혼이나 제도로서의 가족이라는 것 자체가 관계의 지속과 안정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누구나 알고 있듯 관계는 시간을 통한 부단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결혼이라고 하는 제도보다도, 관계의 위기와 고비에서 자신들을 잘 알고 있고 지지하는 친구들과의 관계의 힘을 알고 있고 소중히 할 줄 아는 이 둘의 이야기는 중요한 성찰을 준다. 재경씨와 마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5월 전시장의 문을 두드리시라.

 

인터뷰 제이, 자루

촬영 제이, 조윤, 강치, 자루

글 자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