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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프로젝트

비범한 프로젝트를 띄우며 : ‘가족’이라는 말을 둘러싼 의문과 기대

비범한 프로젝트를 띄우며 : ‘가족’이라는 말을 둘러싼 의문과 기대


‘사람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말

 

프로젝트를 통해 10개의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인터뷰와 사진촬영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구석구석 알게 된다. 매우 특별한 이야기를 찾아보려는 우리의 기대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가능한한 특별한, 기발한 삶의 모습들을 포착하려는 욕심이 필요 이상으로 커질 때마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진실이 그 앞을 막고 선다. 그 앞에서 때로는 당황한다.

 

동성커플, 트랜스젠더, 장애여성, 미혼모, 비혈연공동체 등 사회적 소수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맺고 있는 관계는 ‘정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때로는 ‘보통 사람’으로 인식되는 어떤 이들도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 자체로 인해 사회적 소수자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차가운 시선을 담아 이야기되는 ‘비정상성’, 보다 다양한 삶을 가시화하기 위해 화두로 삼게 된 ‘비정상성’ 그 둘은 우리에게 명확한 차이가 있다.


‘비정상성’을 가진 우리들은 그 비정상성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끔 나를 옭아매도록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삶의 즐거움을 얻고 의미있는 관계를 맺는 그 시간들을 완벽하게 점령당하지는 않기에, ‘다 똑같은 사람살이’를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러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경제, 가사, 돌봄, 친밀감을 공유하며 남들과 똑같이 ‘부부 같은’ ‘가족같은’ 삶을 살기도 한다. 종종 어떤 정상가족보다 더 가족같기도 하다.


<왜 가족이 아니란 말인가> 이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출발이다.

 

 

 


너희들이 어떻게 부부가 될 수 있는가? 가족이라 할 수 있는가? 부모라 할 수 있는가? 그렇게 중요한 관계인가?를 끊임없이 질문받는 비정상 가족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고민한다. 어떤 관계들을 부모/부부/가족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며 그 이름들을 특권화하는 이 사회에서, 현재의 가족제도, 가족주의, 가족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가족’이라는 투명하지 않은 말을 어떻게 사용해야할까. ‘우리가 쓰니까 괜찮다’고 알아서(이해하고) 얼버무려줄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가족’이라는 틀을 굳이 가져다 써야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비정상 가족’들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누군가에게 꺼내놓을 때에, ‘부부 같은’ ‘가족 같은’ ‘자식 같은’이라는 말을 통해 설명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우리는 동성애자커플을 만나면서 (그들 마음속에서 서로서로를 정의하는 방식과 무관하게) 특정한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외래어로, 비혼 여성들의 의존-협력 관계를 조금은 생소한 ‘공동체’라는 말로 접근한다. 또 그 와중에 ‘부부같다’ ‘가족같다’는 진실도 거짓도 아닌 말을 통해 다가가고, 질문하고, 표현했다.


한 비혼여성공동체의 구성원 여섯 명을 따로따로 인터뷰하면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공동체를 가족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에 “가족과 같다, 가족보다 크다, (원)가족과 같은 가족은 아니다, 다른 말이 있다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속에는 (앞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하더라도) 잠정적이고 구체적인 답들을 가지고 있다. 의지하고, 공유하고, 친밀감을 나누고, 협상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정의하고 또 관계를 변화시켜나간다. 다만, 전에 없던 관계를 표현하기에 ‘가족’이라는 말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너무도 재빠르게 던져지는 타인의 불인정과 혐오때문에 말하기를 주저하거나 주렁주얼 주석을 달아야하는 것이다. 이런 비정상 가족들에게 '사람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말은 종종 거짓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가족’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도리어 이 사회의 ‘정상 가족’들 역시 어떤 본질적인 핵심을 근거로 ‘가족’이라 이름 붙여진 것이 아니며,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떤 역할과 관계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가족’이라는 말을 통해 통용되는 사랑, 친밀감과 같은 감성들은 결혼한 이성애 부부 혹은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것, 가족만이 할 수 있다고 간주되는 돌봄, 양육과 같은 것 들은 종종 '가족'에 대한 자연화된 낭만때문에 실현불가능하거나, 성찰되지 못하거나 뒤틀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정상 가족’이라는 이상과 ‘정상 가족’이라 명명되는 현실의 가족들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담담한 관찰자이자, 비정상이라는 조건 위에서 고독하고 또 즐겁게 관계를 생성해나가는 독특한 사람들이며, ‘가족’ 이후의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비범한 기획자로서 '가족'을 만난다.  전시회와 스토리북을 통해 만날 <가정의 달> 5월 역시, 우리에게는 전과 같지 않은 날들이 될 것이다.